하노이무역관 김태윤 | 2022-08-11
외국인투자기업의 면세혜택 관리감독 강화로 기업의 세무법률 관리 중요성 부각
RCEP 체결 이후의 자유무역 확대 기대감이 상승하나 실무적용 난항
베트남 제조업 투자진출기업의 형태와 조건부 면세제도
베트남은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3위 교역상대국이며, 우리나라의 베트남에 대한 해외직접투자 누적액은 2022년 상반기 기준 784억2600만 달러로 최대 투자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베트남의 교역관계가 중요해진 대표적인 원인은 우리 제조업 투자기업의 활발한 진출이다. 특히 하노이를 중심으로 한 베트남 북부지역은 전기전자 및 소재부품 산업의 진출이 활발한 반면 호찌민을 중심으로 한 베트남 남부 지역은 섬유봉제 산업의 진출이 뚜렷하다.
저렴한 노동력과 산업 인프라를 활용하기 위해 베트남에 진출하는 외국인투자 제조기업은 원재료를 본사 소재국 또는 제3국에서 조달해 베트남으로 공급하고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된 완제품은 다시 제3국으로 수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형적인 가공무역의 형태로 제조업 투자진출이 이루어지는 것인데 생산에 투입되는 원재료를 베트남 공장이 무상으로 공급받는지, 유상으로 구매하는지에 따라서 가공무역의 법적 형태가 달라진다.
가공무역의 대표적인 형태인 ‘무상사급 임가공기업(Doanh nghiệp gia công)’의 경우 원재료를 제3자가 무상으로 공급하고 주문한 완제품을 생산 후 공급받는 형태의 가공무역이다. 이 경우 베트남 공장 측과 발주자(원재료 공급자) 간에 ‘임가공 수수료’의 지급영수만 일어나게 된다.
또 다른 가공무역의 형태인 ‘유상사급 수출제조기업(Doanh Nghiệp Sản Xuất Xuất Khẩu)’의 경우 원재료를 생산자가 자체 구매해 조달하고 제품을 생산해 다시 제3자에게 판매하는 형태의 가공무역이다. 이 경우 베트남 공장 측과 원재료 공급자 간에 ‘원재료 매매대금’의 지급영수가 일어나고 베트남 공장 측과 완제품 구매자 간에 ‘완제품 매매대금’의 지급영수가 일어난다. 또한, 베트남 공장은 매출액인 완제품 판매액과 원가인 원재료 구매액의 차액만큼 이익을 취한다.
베트남 정부는 ‘세계의 공장’을 자처하며 외국인투자 제조기업의 유치를 반겨왔는데, 현행 관세법률상 위 두 가지 형태의 가공무역은 모두 관세와 부가가치세가 면세되는 거래형태이다.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해당 면세제도는 사실상 90% 이상의 제조업 진출기업이 활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도 베트남 현지에서 활발하게 활용되는 제도이다. 다만, 해당 제도는 ‘조건부 면세제도(Conditional Tax Exemption)’로서 원재료의 수입에 면세를 제공하지만 향후 완제품으로 제조 가공돼 수출될 것을 조건으로 하며, 향후 1년에 한번씩 회계장부에 기반한 세관당국과의 정산(Liquidation, Quyết Toán)이 필요하다.
<베트남 북부 Yen Phong 공단 전경>
[자료: Bao Bac Ninh Online]
베트남 제조업 투자기업 수입세 면세와 수출입세법 개정 최근 방향성
베트남에 진출하는 외국인투자 제조기업의 상기 수입세 면세제도 활용이 정착되면서 관련 법제가 보다 정교화되고 있다. 수입 원재료의 관세와 부가가치세 등 수입세를 면세해주는 해당 제도의 핵심은 완제품 단위당 제조가공에 투입된 ‘소요량(Định mức thực tế)’을 산정하는 것인데 기업의 회계장부, 재고관리장부 상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성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실제 베트남 진출 제조기업이 데이터 관리측면에서 법률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가공된 데이터를 세관 정산 보고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세관데이터와 실제 기업 내부데이터의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해 세관조사 후 거액의 추징금을 고지받는 경우가 많다.
베트남 정부는 주로 5년에 한번 수출입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면세제도의 법제를 구체화해왔는데, 베트남어로 규정된 법률에 대한 이해도가 낮을 수 밖에 없는 외국인투자 제조기업은 관리 미흡으로 거액의 추징금, 벌과금 등을 부과받는 경우가 있다. 경우에 따라 현지법인 존폐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의 금액을 부과받기도 한다. 베트남 수출입세법에는 투자진출 기업 중 특정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에 원재료 수입 시 관세, 부가가치세를 모두 면세하고 해당 기업이 제조한 모든 완제품을 외국으로 수출한다는 가정 하에 정기적으로 정산 보고서를 세관당국에 제출하도록 하는 면세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exporting processing enterprises 제도(이하 EPE)라 일컫는다.
우리나라의 보세공장 제도와 사실상 유사하며, 해당 구역을 자유무역지역(보세구역)으로 보는 특성 때문에 수출입 절차가 간편하고 세부담이 경감된다. EPE 기업은 원재료 수입에 대한 세부담이 사실상 제거되고 현금흐름이 향상되기 때문에 다수의 우리 제조업 투자진출 기업이 활용하고 있는 제도인데, 가공무역 투자진출 기업이 활용하는 전형적인 제도이며 수입세 면세제도의 가장 기초가 되는 제도이다. 따라서, EPE 기업에 대한 법제화는 다른 형태의 면세기업에 비해 제도 개선이 선행적으로 이루어지는 특성이 있다. 지난 2021년 EPE 기업에 대한 베트남 수출입세법 시행령 개정안(Decree No.18/2021/ND-CP)의 개정이 있었는데, 그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베트남 수출입세법 시행령 개정안>
개정안 제28 a조. Conditions for customs supervision and inspection and application for tax policies on exporting processing enterprises (EPE) that are free trade zones(FTZ) 자유무역지역으로서의 EPE기업에 대한 세무 정책의 적용, 검사, 감시에 관한 요건 1. Conditions for customs supervision and inspection of an EPE that is a FTZ include: EPE기업에 대한 세관 감시와 검사는 다음의 조건을 준수하는지 여부를 포함한다: a) There are hard fences that separate the EPE from the outside; there are gates/doors that are the only ways for goods to enter and leave the EPE. a) EPE 기업의 구내와 외부를 구분하는 장벽(Hard Fence)를 갖출 것; EPE 기업의 구내로 출입되는 유일한 방법으로서의 게이트·도어를 갖출 것 b) There are surveillance cameras at the entrances and exits where goods are stored throughout the day (24/24 hours, including days off and holidays); images recorded by these cameras shall be transmitted to the supervisory customs authority of the EPE and retained at the EPE for at least 12 months. b) EPE 구역의 물품이 입출고되는 출입구에 (휴일과 공휴일을 포함하여, 24시간 작동하는) 감시 카메라를 설치할 것; 감시 카메라의 녹화물은 관할 세관국에 전송돼야 하며, EPE 기업은 해당 영상기록을 12개월간 보존해야 한다. The Director of the General Department of Customs shall prescribe the format of surveillance camera data to be exchanged between customs authorities and EPEs mentioned in Point b of this Clause. 관세총국의 관리자는 관세청 및 EPE 간에 교환되는 감시카메라 데이터의 형식을 규정해야 한다.(추후 공지될 것으로 보임.) c) There software for management of duty-free goods of the EPE serving preparation of reports on receipt, discharge, inventory and use of imports required by customs laws. c) 관세법률에서 요구하는 수입품의 입고, 반출, 재고, 사용 관련 보고서(수책관리 보고서 제서류)를 준비하기 위한 EPE 면세 재고물품 관리 소프트웨어를 보유할 것 |
[자료: Decree 18/2021/ND-CP]
상기 개정 내용은 외국인투자 제조기업에 대한 관리 강화를 의미하며, 추후 EPE기업이 아닌 면세대상 기업에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투자 제조기업이 베트남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베트남 정부도 관리강화를 위한 법률 적용 강화를 진행 중이며 코로나19 유행 기간 중 기업심사, 조사 등에 어려움이 있었기에 2022년 현재는 세관 실사조사가 보다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베트남 제조업 투자기업 이전가격 세제 개정 최근 방향성
법역이 상이한 베트남에 입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세법에 따라 부과되는 조세는 기업에 비용(Cost)으로 작용하기에 세부담을 최소화하는 전략은 필수적인 상황이다. 이 때, 다국적기업이 해외 특수관계자 간 거래에 적용하는 가격을 이전가격(Transfer Price)이라 부르며 이전가격 조작을 통한 세원 잠식과 조세회피가 전 세계적으로 대두되며 기업 내 수출입 증가와 함께 과세당국과 다국적기업 간 꾸준한 갈등을 유발하며 최근 세무행정의 주요 이슈로 자리 잡아왔다.
특히 베트남으로 제조업 투자 진출하는 기업은 가공무역을 기반으로 수출입을 수행하므로 대부분의 수출입 거래형태는 본지사 간의 내부거래인 경우가 많다. 베트남 정부는 본지사 간 거래에 활용되는 이전가격을 통한 조세회피 가능성을 방지하고자 최근 이전가격 세제를 강화하고 있다. 2020년 6월 베트남 정부는 이전가격세제 기존 시행령(Decree No. 68/2020/ND-CP)의 개정안인 신규 시행령(Decree No. 132/2020/ND-CP)을 통하여 다국적기업의 본지사 간 거래에 활용되는 이전가격에 대한 관리 강화를 천명한 바 있다.
개정안의 핵심적인 내용을 보면, 종전 시행령에서 규정한 허용 가능한 독립된 거래의 범위인 25%에서 75%의 범위를 35%에서 75%의 범위로 개정하였는데 인정가능한 거래의 범위를 축소해 이전가격 세제를 보다 강화 적용하려는 의지를 파악할 수 있다. 정기 세무조사와 별도로 이전가격 세무조사를 수행하는 경우도 있으며, 비교 대상기업을 선정함에 있어 세무당국의 자의적 의견이 반영되는 경우도 많은 만큼 기업이 평소에 대응에 활용할 데이터를 준비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향후 베트남의 법인세 세무정책 및 이전가격 세제는 외국인투자 제조기업의 본사-지사 간 거래를 관리 감독하는 데에 보다 초점이 맞추어질 예정으로 우리 진출기업이 관련해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발효와 베트남 실무적용 지연문제
2022년부로 우리나라와 베트남을 포함한 총 15개국이 참가하는 RCEP 협정이 발효됐다. 역내국가 간의 교역을 강화하고 새로운 글로벌 밸류 체인(GVC)을 조성할 이번 협정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렸다. 우리 관세청은 발 빠르게 대응하여 RCEP 원산지인증수출자 제도의 도입, 관세율표 개정 등에 힘썼으며 RCEP 발효 직후 제도구비가 완결성있게 이루어졌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등 참여국가의 RCEP 관련 국내제도의 정비가 적시에 이루어져 왔다. 반면, 베트남은 2022년 1월 1일 RCEP 발효 이후에도 수출물품의 RCEP 원산지증명서 발급과 수입물품의 RCEP 협정관세율 적용을 하지 않아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 일본 기업들의 불만이 계속되어 왔다.
이에 베트남 산업무역부는 시행규칙 05/2022/TT-BCT를 공표하고 2022년 4월 4일부터 RCEP 원산지 물품 처리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겠다고 선언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 중국, 일본 등에서 수출되는 물품에 베트남 정부는 RCEP 수입협정관세율 혜택을 부여하지 않고 있어 통상 마찰이 예상된다.
베트남 정부가 수입관세, 부가가치세의 세수를 확보하고자 하는 정책이 있더라도 RCEP은 내국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국가 간 협정이므로 이를 위반하고 관세율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협정 위반으로 볼 수 있어 향후 정부 간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RCEP 서명식>
[자료: VN Express]
주의할 점은 현재는 베트남으로 수출되는 물품(통관지: 베트남)에 RCEP 협정관세율 혜택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며, RCEP 발효와 동시에 아세안 지역을 연계한 GVC 전략을 구축한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당분간 베트남 정부의 RCEP 협정관세율 적용을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이다. 또한, RCEP 역내국가로 무역전환효과가 나타나고 경제블록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으나 베트남에서 생산 후 수출되는 물품에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할 때 기존 체결 FTA 원산지증명서와 RCEP 원산지증명서를 동시에 발급받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이므로 여러 국가를 거치는 원산지 누적(Accumulation)도 베트남에서는 적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시사점
우리 제조기업이 베트남에 투자 진출함에 있어 저렴한 노동력과 지리적 이점은 투자대상국으로서 베트남을 선택하게 하는 주된 요인이며, 베트남 정부는 외국인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해 왔다. 그러나 최근 베트남의 세무정책 동향은 본문과 같이 세수확보를 위하여 다국적기업의 세제 관련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세제 혜택을 감소시키는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여전히 우리 기업의 베트남으로의 제조업 투자진출 방향성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베트남 정부의 호혜적인 세무정책으로 정책방향이 변경될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이다. 여전히 베트남은 제조업 투자상대국으로서 다양한 이점이 존재하는 만큼, 베트남 정부의 무정책 방향성을 잘 파악하고 대응할 준비를 하는 것이 우리 진출기업의 안정적인 해외 생산기지 운영에 중요할 것이다.
2022년 RCEP이 발효돼 한국, 중국, 일본과 아세안을 연결하는 메가 FTA 협정이 출범하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 회복을 기대하는 현재 상황에서 베트남 정부의 세무정책 동향을 파악하는 것은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 제조업 진출기업에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자료: Decree No.68/2020/ND-CP, Circular No. 05/2022/TT-BCT, Decree No.18/2021/ND-CP, Decree No.132/2020/ND-CP 및 KOTRA 하노이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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